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 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이

당신도 언젠가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 시집『상상한 상자』(랜덤하우스중앙,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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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는 성적인 메타포를 숨기고 있다. 라고 역설하는 시인도 있습니다

 은밀한 발장난을 상상하며,

그래서 구두는 섹시하다" 면서요....

"구두를 신고 움직여 손길이 닿는 곳까지 사랑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었습니다.

"구두는 언제나 새로운 사랑의 경험치이며 시작" 이라고 말입니다.

 

 

 

살다보면,

새로움은,

사랑은,

생을 진부하지 않게 하는 소금과 설탕 같이,

 간을 들게도 하지요?

 

 

 

 

                                                                                                 

                                                                                   The color of the night / Lauren Chri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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