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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너는 여자

 

 

/ 강은교 햇빛이 ‘바리움’처럼 쏟아지는 한낮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그 여자는 위험스레 지붕 끝을 걷고 있다 러닝셔츠를 탁탁 털어 허공에 쓰윽 문대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허공과 그 여자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그 여자의 일생이 달려와 거기 담요 옆에 펄럭인다 그 여자가 웃는다 그 여자의 웃음이 허공을 건너 햇빛을 건너 ‘바리움’처럼 우리의 살에 스며든다 어물거리는 바람, 어물거리는 구름들 그 여자는 이제 아기 원피스를 넌다 무용수처럼 발끝을 곧게 하고 서서 허공에 탁탁 털어 빨랫줄에 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그 여자의 무용은 끝났다 그 여자는 뛰어간다 구름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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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움은 신경안정제다.

이 약을 평생 동안 복용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인은 그런 아픔 속에서 노동과 무용, 지상과 허공이 근접하는 경이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잦은 쉼표들이 그 즐거움을 말하고, 무뚝뚝한 마침표들이 그 침통한 종료를 보여준다.

그래도 괜찮다.

여자의 무용은 끝났지만, 여자는 구름을 들고 있으니까.

 

 

                                        <손택수·시인>

 

 

 

                                          시집 『어느 별에서의 하루』 , 창작과비평사, 1996

            

 

 

 

 

 

 

♬  La Vida Es Bella (인생은 아름다워) / Ernesto Cortazar (어네스토 코르타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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