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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 이기철
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세상 안쪽이 다 만져지는 시를 쓰고 싶다 가보지 않은 마을에도 금잔화는 피고 안 보이는 길 끝에도 어제까지 없던 집이 새로 지어진다 사랑한다는 말은 사람의 말이지 풀들의 말이 아니다 말 없이도 사랑하는 것이 세상에는 있다 미리 가난을 준비해 둔 풀잎이 저리도 행복해 보이는 것은 그들이 불행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무에서 열매 떨어지는 소리는 어떤 악기로도 흉내낼 수 없다 그 소리에 지구가 정숙해진다 계원필경집 첫 줄은 무슨 소리로 시작하는가 화엄경소 제 사십회향품 첫 줄자는 무슨 글자인가 생각의 강물이 출렁거리는 동안 정림사지 오층석탑에는 어제 없던 이끼가 하나 더 낀다 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써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봄은 한 해의 첫 행 아침은 하루의 첫 줄이라고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세상에 없다고 난생 처음 시를 읽는 사람 이 세상에 시라는 것이 있음을 처음 안 사람 그 한 사람이 읽어도 좋을 시를 나는 생애에 꼭 한 편만이라도 첫 줄이 아름다운 말로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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