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담이
2015. 12. 8. 23:20













부패의 힘
/ 나희덕
벌겋게 녹슬어 있는 철문을 보며
나는 안심한다
녹슬 수 있음에 대하여
냄비 속에서 금세 곰팡이가 피어 오르는 음식에
나는 안심한다
썩을 수 있음에 대하여
썩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덜 썩었다는 얘기도 된다
가장 지독한 부패는 썩지 않는 것
부패는
자기 한계에 대한 고백이다
일종의 무릎 끓음이다
그러나 잠시 녹슬지 못하고
제대로 썩지 못한 채
안절부절
방부제를 삼키는 나여
가장 안심이 안되는 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