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 꽃 피어서 향기로운 때를
고초(苦草)의 붉은 열매 익어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비가 거친 뒤 진창에 고인
흙물에 비친 푸른 하늘과
그 푸른 하늘에 떠가는 하이얀
구름을 볼 줄 알면 그대를 만나리라 하였다.
백마디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로 줄이며
마지막 한마디 말마저
말없이 전할 줄 알면 그대를 만나리라 하였다.
멀리서도 오래오래 사랑할 줄 알고
쉽게 잊어버리지 않고
쉽게 절망하지 않으며 먼 곳을 바라볼 줄 알면
그대를 만나리라 하였다.
슬퍼하고 기뻐하는 우리의 마음의 신비를 믿고
그 신비를 빚은 신비 절대도록 차이 없는
신의 뜻을 깨달으면
비로소 그대를 만나리라 하였다.
아름다운 이여!
님과벗 /김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