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山河

바람 부는 날 - 김종해 / Rene Aubry - Lungomare (해변도로)

꽃담이 2016. 10. 13. 00:32











































































 







   바람 부는 날



        /  김종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를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 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 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더운 여린 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Rene Aubry - Lungomare (해변도로)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바람 부는 날 ......

   

                            2016, 09, 20  백수해안도로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