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 이선식
나 이제 세월을 그냥 보내진 않으리 내게 왔다가는 세월 그가 비록 길손이라 할지라도 나 세월을 빈손으로 보내진 않으리 언제나 낯선 손님으로 찾아오는 그의 빈 지게에 푸성귀도 얹어주고 내 영혼의 햇살로 영근 햇나락 찧어 실어주고 무엇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인색했던 나의 사랑 그의 등짐 위에 풀꽃처럼 꽂아주리 내게 왔다 텅 빈 소쿠리로 돌아가던 내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닮은 세월
그 세월이 다시 오면 지나간 길손에 세간살이 다 내주고 아무것도 더는 줄 것이 없을 때 그땐 내 따라 나서서 먼길 길동무로 저 언덕을 함께 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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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아, 많은 사람아. 나도 미안하다.
아무 것도 주지 못했고, 아무 것도 줄 것이 없어서....
그래도, 우리 ' 먼길'은 아닐지라도 '언덕'이라도 함께 넘어 왔잖니?
-2016, 12, 2, 담양메타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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