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가있는시

동행 - 이선식 / Roy Buchanan - My Sonata

꽃담이 2016. 12. 22. 19:20











































































 

 

동행

 


/ 이선식

 


나 이제

세월을 그냥 보내진 않으리

 

내게 왔다가는 세월

그가 비록 길손이라 할지라도

나 세월을 빈손으로 보내진 않으리

 

언제나 낯선 손님으로 찾아오는

그의 빈 지게에 푸성귀도 얹어주고

내 영혼의 햇살로 영근

햇나락 찧어 실어주고

무엇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인색했던 나의 사랑

그의 등짐 위에 풀꽃처럼 꽂아주리

 

내게 왔다 텅 빈 소쿠리로 돌아가던

내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닮은

세월


그 세월이 다시 오면

지나간 길손에 세간살이 다 내주고

아무것도 더는 줄 것이 없을 때

그땐

내 따라 나서서 먼길 길동무로

저 언덕을 함께 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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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아, 

많은 사람아.

나도

미안하다.

아무 것도 주지 못했고,

 아무 것도 줄 것이 없어서....


그래도,

우리 

 ' 먼길'은

아닐지라도

 '언덕'이라도 함께 넘어 왔잖니?



-2016, 12, 2,

   담양메타 길에서-

 




       Roy Buchanan / My Son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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