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
/이용한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 모서리 여긴 여관도 없고 다방도 없다 전화는 가끔 불통이며 사랑은 뒷전이다 자동차 경적보다 물소리가 시끄럽고 가로등 불빛보다 별빛이 휘황하다 적막을 참지 못해 나는 뒷산 동백에게 통성명을 건네보지만, 그의 조용한 습관 앞에서는 통하지가 않는다 내 이력이란 고작해야 가랑이 같은 길을 따라 모동리에서 모서리까지 이동한 것뿐이니 오면서 시끄럽게 떠들고 놀아난 것뿐이니 한세월 뒤를 지킨 동백에게 나는 아무 할 말이 없다 그 말없는 적막이 여기서는 불륜처럼 달콤하고 모서리에 걸린 낮달이
입술처럼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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