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가있는시
겨울 그림자 / 임동윤
꽃담이
2021. 1. 6. 19:58
겨울 그림자
/ 임동윤
연 이틀 눈이 내린다
읍내로 가는 길은 진작 끊기고
나지막한 양철지붕 길길이
눈이 쌓인다
처마가 낮아진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마당귀에 날아와 모이를 찾던
참새 떼도 몰려오지 않고
삽살이도 툇마루 밑에서 눈을 감고 있다
바람이 추녀 끝을 빠르게 스쳐 가면
소나무 허리 꺾는 소리만 환하다
뚝뚝, 모든 것이 어두워진다
지붕이 무너지고
반쯤 썩은 싸리나무 울타리가
모로 누우며 관절을 꺾는다
하늘과 땅이 아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