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 行

 

        / 이선식

 

 

 

나 이제

세월을 그냥 보내진 않으리

 

내게 왔다가는 세월

그가 비록 길손이라 할지라도

나 세월을 빈손으로 보내진 않으리

 

언제나 낯선 손님으로 찾아오는

그의 빈 지게에 푸성귀도 얹어주고

내 영혼의 햇살로 영근

햇나락 찧어 실어주고

무엇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인색했던 나의 사랑

그의 등짐 위에 풀꽃처럼 꽂아주리

 

내게 왔다 텅 빈 소쿠리로 돌아가던,

내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닮은, 세월

그 세월이 다시 오면

지나간 길손에 세간살이 다 내주고

아무것도 더는 줄 것이 없을 때

그땐

내 따라 나서서 먼길 길동무로

저 언덕을 함께 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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