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아른거리는 것들을

모든 추억으로 만들고 마는 철길에 서면

그리움은 종착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지

사람들이 오고 가던 세상 한 가운데서

기적소리는 아직도 그리 서성이고

다 쓰러져 가는 역전 앞 가게에서

박카스 한 병 사서 들이키고 나면

보인다, 그제야 그리움이 보인다

 

 

 

없다, 분명 이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

기억은 그 옛날 그대로인데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것이 그리움이다

어쩌면 나란히 걸어가면서도

손잡을 타이밍을 못 맞춘 것이 그리움이다

이제는 가고 오지 않는 비둘기호와 통일호,

그리고 기타소리를 생각하는 것이 그리움이다

빈 병 속에서 울다, 떠나버리는 바람처럼

간이역, 누군가 서 있어야 할 그곳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이 그리움이다

다 비우고

그렇게 서 있는는 것이 그리움이다

 

 

 

철길에 서면 보인다

녹슨 것은

다 그리움이다

 

 

 

 

 

 

 

 

 - 신형식.  <철길에 서면 그리움이 보인다> 전문

 

 

 

 

 

 

 


Roy Buchanan / My Son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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