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포 혹은 후리포라는 곳

-후포 厚浦 

 

    / 김명인

 

 

바다는 조용하다, 헛소문처럼
장마비 양철지붕을 후둘기다 지나가면
낮잠도 무성한 잔물결에 부서져 연변 가까이
떼지어 날아오르는 새떼들
보인다, 어느새 비 걷고
그을음 같은 안개 비껴 산그늘에는
채 씻기다만 버드나무 한 그루
이따금씩 원동기소리 늘어진 가지에 와 걸리고 있다

바람은 성채城砦만 구름들 하늘 가운데로 옮겨놓는다
세월 속으로, 세월 속으로, 끌고 갈 무엇이 남아서
적막도 저 홀로 힘겨운 노동으로
문득 병든 무인도를 파랗게 질리게 하느냐
누리엔 놀다가는 파도가 쌓아놓은
덕지덕지 그리움, 한 꺼풀씩 벗어야 할 허물의

 

쓸쓸한 시절이 네 마음속 캄캄한 석탄에 구워진다
뼈가 휘도록, 이 바닥에서, 너는,
그물코에 꿰여 삶들은, 모른다 하지 못하리

흉어凶漁에 엎어져도 우리 함께 견뎠던 여름이므로
키 큰 장다리 제 철 내내 마당가에 꽃을 피워 더 먼
바다를 내다보고 섰는데

 

스스로 받아 챙기던 욕망은 다 그런 것일까
멈칫멈칫 나아가다 시저恃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자다깨다자다깨다 눅눅한 꿈들만 어지럽게
헤매며 길을 잃는다
그래도, 눈을 들어 보리라, 저 산들과
산들이 끊어놓은 자리
다시 이어져 달려나가는 눈물겨운 수평선을

 

 

 

 

Agapao Kai Adiaforo ... Haris Alexiou

 

감은 눈 속의 그림자

 


나무가 흔들리고 있었다.
가느다란 팔을들어 손짓하며
머물수 밖에 없는 이유 하나를
속삭이듯 말해주고 있었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올려다 본 하늘에서 비가
울음 울듯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이마에 떨어지는 차가움을 피하려 하기 보단
즐기듯 눈을 감고 맞는다.

감은 눈속의 그림자.
스쳐간 그의 이름을 떠올렸고
어디선가 도시의 한모퉁이 에서
열심히도 살아낼 그의 힘겨움을 느꼈다.
내 모든걸 다주어도 더 내어줄게 없어
발을 동동 거리던 시절.

내 눈속에 가득차 다른세상을 볼수 없었고
바라만 보아도 시린 눈물 흘려야만 했었고
함께하여도 늘 언제나 다른세상에서
머물고 있었음을 몰라 찾으려 얼마나 많은
추억을 떠올리려 눈을 감았는가

그의 꽃으로 남게 되길 원했고
시들어갈 그마지막까지 그의 곁에서
향기를 품고 싶었다.
주인 없는 화병에 담겨진 시간의 야속함,
팔랑이며 날아드는 나비들의 춤,
흔들리지 않기 위해
오늘도 다시 두 눈을 질근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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