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일출과 모든 일몰 앞에서 외로웠고, 뼈마디가 쑤셨다.

나는 시간 속에 내 자신의 존재를 비벼서 확인해낼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몽롱한 언어들이 세계를 끌어들여 내 속으로 밀어넣어주기를 바랐다.

 말들은 좀체로 말을 듣지 않았다.

 여기에 묶어내는 몇 줄의 영세한 문장들은 말을 듣지 않는 말들의 투정의 기록이다.

아마도 나는 풍경과 상처 사이에 언어의 징검다리를 놓으려는 迷妄을 벗어던져야 할 터이다.

그러고 그 미망 속에서 나는 한 줄 한 줄의 문장을 쓸 터이다.

 

   벗들아, 나는 여전히 삼인칭을 주어로 삼는 문장을 만들 수가 없다.

나는 세계의 풍경을 상처로부터 확인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삼인칭의 산맥 속으로, 객관화된 세계 속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일인칭의 가장자리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아마도 오래오래 그러하리라.

 

                                            - 김훈 기행산문집 『풍경과 상처』중 서문 _

                                                             모든 풍경은 상처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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