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후일 / 오세영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나 이제 아무데서나
쉬어야겠다.
동백꽃 없어도 좋으리,
해당화 없어도 좋으리,
흐린 수평선 너머 아득한 봄 하늘 다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면……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나 이제 아무나와
그리움 풀어야겠다.
갈매기 없어도 좋으리.
동박새 없어도 좋으리.
은빛 가물거리는 파도 너머 지는 노을 다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면……
가까운 포구가 아니라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먼 후일 먼 하늘에 배를 대듯이.

 

 

 

 

 

' 향기가있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나무 / 장석주  (0) 2022.02.09
겨울나무를 보며 / 강세화  (0) 2022.02.08
누가 나를 위해 / 이해인  (0) 2022.02.03
다시 / 박노해  (0) 2022.01.31
눈밭,모래밭,황금밭 / 주천생태공원  (0) 2022.01.3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