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 / 도종환
새 한 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 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 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도 많은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낮밤없이 흘러갔다
살다 보면 배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
그런 날 늘 크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새 한 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 간다.
'아름다운 山河'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산 야행 (0) | 2022.09.11 |
---|---|
선인장, 세종식물원 (0) | 2022.09.07 |
섬진강을 따라 (0) | 2022.08.27 |
꽃 피는 읍성을 따라 / 고창 (0) | 2022.08.23 |
여름, 절뚝이는 파장(罷場) (0) | 2022.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