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얗게

       

 

                

           /  한영옥

 

 

 어느 날은

 긴 어둠의 밤 가르며

 기차 지나가는 소리, 영락없이

 비 쏟는 소리 같았는데

 

 또 어느 날은

 긴 어둠의 밤 깔고

 저벅대는 빗소리, 영락없이

 기차 들어오는 소리 같았는데

 

 그 밤 기차에서도 당신은

 내리지 않으셨고

 

 그 밤비 속에서도 당신은

 쏟아지지 않으셨고

 

 뛰쳐나가 우두커니 섰던 정거장엔

 얼굴 익힌 바람만 쏴하였습니다

 

 다시 하얗게 칠해지곤 하는 날들

 맥없이 눈이 부시기도 하고

 우물우물 밥이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시집『다시 하얗게』천년의 시작 2011년

 

  

  시인의 말

 “서로 대립되는 것을 가라앉히는 침묵하는 실체의 힘에 의해

서 많은 것들이 저절로 정돈된다.”

─막스 피카르트가 「침묵의 세계」에서 오래 비춰준 ‘침묵하

는 실체’ 를 내 안에 들이고자 애썼던 시간의 틈에서 비집고

나온 시편들이다. 그럼에도 정돈된 내면의 꿈은 아직 멀다. 이

시편들 묶어 下心行의 두엄으로 써야 하리라.

 

 

 

 

- 1950년 서울 출생. 성신여대 국문과, 성균관대 대학원 박사

   1973년『현대시학』등단. 시집<비천한 빠름이여><아늑한 얼굴>등

   한국예술비평가협회상, 천상병시상, 최계락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성신여대 국문과 교수.

 

 

 ........................................................................................................................... 

 

  


Sin Un Amor / Jose Luis Rodriguez & Trio Los Pancho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