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 조용미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려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 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시집『기억의 행성』문지 2011년
시인의 말
이 우주는 해와 달이 반반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반반
인간은 물고기와 새의 운명이 반반
내 발 밑은 나와 나 아닌 것이 반반,
이 불완전한 세계가 나는 마음에 든다.
2011년 7월
조용미
-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등단.
시집<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김달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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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Guido Negrasz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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