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노래
/ 정태춘
아주 오래된 나무 그늘 아래
지친 걸음 쉬어가는 나그네처럼
나도 내 생 어느 길목에서 그런 널찍한
나무 그늘을 만날 수만 있다면
아주 멀고 먼 옛날이야기에 흠뻑 취해버린 아이처럼
나도 때때로 소낙비에 젖듯
너무나 조용해서 행복한
너의 노래 속으로
젖어 들어갈 수만 있다면
높은 절벽과 그 너머 바다와
그 위로 해와 달과 어우러지는 노을과
그 모든 걸 품고 떨리는
너의 노래 속으로
아주 기나긴 상념을 털어내고 벽을 향해 돌아눕는
한 시인처럼
나도 가끔씩은 그렇게 깊고 허망한 잠을 청할 수만 있다면
짙은 안개와 그 너머 바람과
억새 흩날리는 길들을 따라
흘러 흘러만 가는 노래로
멀리 높은 강둑길로
삽 들고 제 논 나가는 농부처럼
나도 그렇게 무심하게
저들의 거리로 나설 수만 있다면
너의 조용한
조용한 노래를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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