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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 이길종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배 위에서 멀미라도 하듯 속이 매스껍고 울렁거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무릎 끓고 고개 숙여 엊저녁 음식물을 다 토해냈다
머리가 동의해 섭취한 음식이지만 상하여 해로운 음식까지 고분고분 받아먹지는 않겠다는 것 스스로를 지키려는 내장의 완강한 거부의 몸짓에 나는 순식간에 기도하듯 무너졌다 아닌 건 아니라는 것 아닌 것들 투성이의 세상에서 나는 아닌 것을 거부할 줄 모르고 아닌 것을 미워할 줄 모르고 아닌 것을 분노할 줄 모르고 아닌 것을 아파할 줄 모르고 아닌 것을 제거할 줄 모르고 아닌 것을 토해낼 줄 모르는 나는
아닌 것을 내뱉을 줄 알아 내장만큼도 못해 부끄러운 나를 구토하고 싶은 나는...
내장만큼도 못해, 아닌 것을 내뱉을 줄 몰라서, 부끄러운 나를 구토하고 싶은 날 기억하기 싫은 일이 자꾸 생각나, 잊혀지지 않아, 부끄러운 나를 구토하고 싶은 날 지은 죄를 깨끗이 씻고 싶은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다시 가고 싶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어루만지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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