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 이수경
동사무소 한 켠에
빨갛게 익은 대추나무
후두둑 털려 박스에 담기고
비는 고분고분
내리는데도
정수리께로 꽂히는 한기는
밤의 정적을 가르는
헤트라이트 보다 강하다
당신과의 소통이
끊기고 나면
노을빛을 하고 슬며시 얼굴 디미는
적막.
혹시나,
만지작 거리던 기다림이
손끝에서 멀어지는 시간
끝내, 당신은 오지 않을 것이고
시간도,
머리도,
가슴도,
커튼을 치며 적막해 지는
저물녘
가을비에 젖은
쓸쓸함만 현관을 열고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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