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 사람 잘 몰라

 

 

      / 이화은

 

 

친한,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를

잘! 모른다고 했단다

나는 아는데,

그 사람을 알 것 같은데,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내 아이가,

친하다고 생각했던 남편이,

나를 모른다고 딱 잡아떼면 어쩌나

 

등나무가 동백나무가

애기똥풀이 클로바가 구절초가

다 나를 모른다고

모르겠다고,

두통이, 죽음이, 외면하면 어쩌나

 

늙은 은사시 나무처럼 잔걱정이 많은

오늘이 며칠이었지?

무슨 날이었던 것 같은데

 

친하다고 생각했던 오늘이

단 하루도 모른 척 지나친 적 없던

꼬박꼬박 오늘이 나를 모른다고 한다

 

이제 나만 나를 부인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나도 저들과 한 통속이 될 수 있다

나를 모르는,

모르겠다는 세상과 완벽하게

친해질 수 있겠다 

 

   


 

 

 

Giovanni Marradi / La donna e mob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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