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아

 

                     / 박찬

 

 

많이들 바쁜가본디 어서들  싸게 가보쇼,

나는 그냥저냥 가는둥 마는둥 갈라요.

장다리 밭에 노닐며 장다리꽃 따먹다,

아지랑이 어질어질 나비따라 가다가,

뒷동산에 올라 송홧가루 얼굴에 분칠도 하고,

아카시아꽃 어먹다,

들에 내려가 자운영 다복습 논두렁에 앉아

꼴인 보릿대 꺾어  보리피리 불면서

놀다가 갈라요,

그렇게 노닐다 싸목싸목 갈텡께,

 

빨리오라 늦게오라 궁시렁 마쇼.

이리가도 저리가도 결국은 가는 길인디,

무어 할라고 그리 바쁘게도 종종 거린다요.

그래도 먼저 간곳 북적거리거든,

내 자리도 하나 봐서 남겨 주었으먼 쓰겄소. 

 

꽃상여 단풍든 산넘어가네,

산 넘어 눈 쌓인 산마을 닿거든,

지친몸 거기 퍼지게 누웠다가,

한 바람 눈 밭에 어디든 휘날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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