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백일홍 / 김경성
불립문자를 쓰는
등나무 덩굴 붙잡고
나도 함께 뒹굴고 싶은 여름
한낮이었네
날개를 펼친 분수대는
제 몸에 붙은 흰 깃털을 모두 뽑아서
비비추 꽃밭에 던지고
뼛속을 비운 새들의, 흰 뼈가 정원에 가득했네
조금만 닿아도 자지러지는 목백일홍 부드러운 몸
을 타고 올라가는
비단 거미가 아니었어도
그대로 주저앉아서
목백일홍 가지 휘감고 목을 길게 늘어트리면
나, 석달 아흐레 동안 꽃으로 피어서 그대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네
마지막 하루,
달을 밟고 날아드는 새들의 둥근 방으로 들어가
그대 앞에서 꽃인 듯 꽃인 듯
살아보고 싶네
- 여행 레저 201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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