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을 순례하다 / 김종제
무릇, 사랑이란
저리해야 할 것 아닌가
잎이 뚝뚝 진 후에
꽃이 나고
꽃이 훨훨 날린 후에
잎이 피어나는
상사(想思)의 꽃 같아야 하는 것 아닌가
결코 닿을 수 없는 한 사람을
오체투지로 찾아가서는
문고리 흔들어보지도 못하고
덜컥 쓰러져
묘막만 남겨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저 지난(至難)한 사랑을 보겠다고
일주문 들어서지도 못하고
붉게 피멍이 든 꽃을 순례한다
불갑사에 용천사에 선운사에
어찌 절집에 많이 피었을까
애틋한 사랑이
또 하나의 눈물겨운 사랑을 바라보려니
측은지심으로 피었을 것이다
무릇, 사랑이란
무릎, 꿇기 전에
목을, 먼저 끊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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