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혼자일 때가 행복하다
/ 허용회
멍에가 두세 개나 얹힌 어깨를
바람이 훓고 지나가는 날이면
삭정이는 우듬지를 들쑤신다
터널 빠져나오듯
앞만 보고 달려온 청춘의 시간들은
사금파리 되어 장독대에 널브러지고
중천의 햇살이
해진 보따리, 도란도란 풀어놓는다
가으내 앉아 있던 팔색조가 떠날 채비를 하자
우듬지에 찬서리 모질게 파고들고
뇌졸중 맞은 시계 바늘은
곁눈질하며 건들건들 제 길 가고 있다
이제는,
참 웃음 속에서 나를 만나고
산마루에 걸터앉은 구름 속에서 나를 만나고
홍시의 씨 속에서 나를 만나고
이방인의 명치에 박아놓은 용수 속에서 나를 만나고
밤하늘에 뛰노는 음악 속에서 나를 만난다
때로는 혼자일 때가 행복하다
서울역 이씨 - 정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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