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계단을 내리면 / 조병화
긴 생각에 잠긴 시인의 애인처럼
서울의 나무들은 고요해지고
창을 열면 그늘에 살찐 서울의 여인들
임자 없는 가을의 거미줄처럼 걸린
가슴에
가을이 샌다
가을은 떠나는 계절
그리워서 잠시 머무는 계절
지금 평생 집을 가지지 않은 채 떠나는
벗이 있습니다
지금 밤을 새워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쓰는
벗이 있습니다
지금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길에 여기저기로
구르는 벗이 있습니다
계단에 내리면
무수히 흐트러진 사람들의 발자취
임자 없는 가을의 거미줄처럼 뚫린
내 가슴에
먼 시인의 애인처럼 가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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