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 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물같이 살라하여
'아름다운 山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햇살은 살갗을 따갑게 스치며 흘러갑니다 (0) | 2020.08.28 |
---|---|
가을이 온다 (0) | 2020.08.27 |
여름정원, 오후 (0) | 2020.08.26 |
100년이 넘은 예배당, 금산교회 (0) | 2020.08.25 |
오래된 집, 수류성당 (0) | 2020.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