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 임 인 규

 

따뜻한 양지에 앉아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오드 득 오드 득 씹어 먹던
투명하고 기다란 고드름

그 차갑고 아린 맛이
춥고 배고픈 뱃속을
쓰리게 해도
딱지 안고 터버린
얼굴을 바라보며
히 디 덕 대던 동무들

이제 고드름은
너무 높이 매달려
흉기가 되어
소방서 아저씨들이
치워주는 무기가 되어버렸고

달콤하게 녹아드는 아이스크림이
지천으로 거리마다 넘쳐나는데
내 아린 기억 속에 얼어버린
고드름 몹시도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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