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더니 두둑거리며 거대한 블라인드를 친다
갑자기 비가 몇 걸음 떼지 못하고 사라졌다

누구지,
그가 나지막하게 포복으로 다가온 것도 모르는 체 나는 두리번거린다
생각이 많아 가을을 잊고 살아가는 내게 그가 조금의 웃음과 약간의 심통을 안고 다가와 있다
유난히 추위를 싫어하는 내게 그는 장막을 쳐서 하늘을 닮은 스카프를 둘러준다
목이 따스하다
이왕이면 히잡을 쓰고 싶다
이 뱅글거리는 귀도 막고 싶다
아직 그가 알라스카와 시베리아를 다녀오지 않았으니 기다려야 한다

그의 보폭이 늘어나는 계절
지난 봄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던 그가 비를 채간 것일까
아, 오늘은 왠지 북서풍이 그립다
약하게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어깨가 움츠러든다

 

 

 

 

 

    詩 ; 전하라

 

 

 

 

'아름다운 山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연  (0) 2021.02.08
겨울나무 2  (0) 2021.02.08
소복한 눈, 나뭇가지엔 눈 한점 없고  (0) 2021.01.28
겨울그림자  (0) 2021.01.25
그대는 내게 행복한 일상입니다  (0) 2021.01.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