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꽃 아래서 / 이해인

차마 하늘을 바라볼 수 없는 것일까

수줍게 늘어뜨린

연보랏빛 꽃타래

혼자서 등꽃 아래 서면

누군가를 위해

꽃등을 밝히고 싶은 마음

나도 이젠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하리

세월과 함께

뚝뚝 떨어지는 추억의 꽃잎을 모아

또 하나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리

때가 되면 아낌없이

보랏빛으로 보랏빛으로

무너져 내리는 등꽃의 겸허함을

배워야 하리

 

 

 

 

 

 

' 향기가있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핀 오동나무 아래 / 조용미  (0) 2021.05.11
序 詩 - 나희덕 / 김명관 고택 - 정읍  (0) 2021.05.11
치즈테마파크 線 을 따라  (0) 2021.05.07
미안하다 / 정호승  (0) 2021.04.16
내가 너를 / 나태주  (0) 2021.04.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