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핀 오동나무 아래

 

 

/ 조용미

 

 

꽃 핀 오동나무를 바라보면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하다

하늘 가득 솟아 있는 연보랏빛 작은 종들이 내는

그 소릴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오동 꽃들이 내는 소리에 닿을 때마다

몸이 먼저 알고 저려온다

 

무슨 일이 있었나 내 몸이

가얏고로 누운 적이 있었던 걸까

등에 안족을 받치고 열두 줄 현을 홑이불 삼아 덮고

풍류방 어느 선비의 무릎 위에 놓여

자주 진양조로 흐느꼈던 것일까

 

늦가을 하늘 높은 어디쯤에서 내 상처인 열매를

새들에게 나누어 준 적도 있었나

마당 한켠 오동잎 그늘 아래서

한 세상 외로이 꽃이 지고 피는 걸 바라보며

살다 간 은자이기도 했을까

 

다만 가슴이 뻐개어질 듯

퍼져 나가려는 슬픔을 동그랗게 오므리며

꽃 핀 오동나무 아래 지나간다

 

무슨 일이 있었나 나와 오동나무 사이에

다만 가슴이 뻐개어질 듯

해마다

대낮에도 환하게 꽃등을 켠

오동나무 아래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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