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신고 / 문정희
사랑은 자주 불법 위에 터를 닦고
행복은 무허가 주택이기 쉽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철거반이 오기 전에
마치 유목민의 천막처럼
이내 빈 터만 남으니까
가끔 불법 유턴을 하여
위반과 비밀 위에 터를 닦지만
사랑을 신고할 서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를 발명했는지도 모른다
오늘 밤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진실로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문득 이 도시의 모든 평화가 위조 같다
어떤 사랑으로 한번
장렬하게 추락할 수 있을까
맹목의 힘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볼까
사람들이 가끔
목젖을 떨며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한 사랑, 진정한 고통, 진정한 희망은
어떤 서류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오늘밤 그런 생각을 해본다.
'꽃담 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목원, 사진소풍 1 (0) | 2021.07.01 |
---|---|
내 이웃들의 웃음이 수국처럼 둥근 웃음이 되었으면 (0) | 2021.06.28 |
섬진강변, 두가헌 찻 집 (0) | 2021.04.05 |
자연 속에 들어앉은 어느 카페에서 (0) | 2021.03.09 |
흔한풍경, 주차장 (0) | 2021.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