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을 보며 / 이해인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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