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꽃병의 말


꽃이여 어서 와서
한송이의 사랑으로
머물러 다오


비어 있으므로
종일토록 너를 그리워할 수 있고
비어 있으므로
너를 안아 볼 수 있는 기쁨에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고 싶은 나
담을수록 더 빛나는
고독의 단추를 흰옷에 달며
지금은 창밖의
바람 소릴 듣고 있다



너를 만나기도 전에
어느새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오늘의 나에게


꽃이여
어서 와서
한 송이의 이별로 꽂혀 다오


이해인의 시집 《 나를 키우는 말 》중에서

 

 

 

 

' 향기가있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련 / 안도현  (0) 2021.06.17
그리움 / 나태주  (0) 2021.06.16
그 말 / 나태주  (0) 2021.06.07
강천산에 갈라네 / 김용택  (0) 2021.05.24
저물어 그리운 것들 / 이기철  (0) 2021.05.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