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 박완서 산문집『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현대문학,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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