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바람이머무는 골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자는 거짓말쟁이 (0) | 2022.06.23 |
---|---|
쓸쓸히 변해가는 자만 벽화마을 (0) | 2022.03.20 |
골목,門, 窓門 (0) | 2022.02.14 |
색장마을 (0) | 2022.02.13 |
다르게 물어야 다르게 보인다 / 천양희 (0) | 2021.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