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신새벽의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루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전주다움, 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주역 첫 마중길  (0) 2023.03.06
흰눈 덮힌 꽃가마집 대봉시 / 전주 한옥마을  (1) 2022.12.27
지금 향교에 가면 / 전주  (0) 2022.12.13
동문 골목길 / 전주  (0) 2022.12.12
향교 은행나무 / 전주  (0) 2022.11.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