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벤드 하나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데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날 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서 입원했을때

발견이된 고혈압인데

모르고 지냈으면

그럭저럭 세월이 갔을까

 

눈도 한쪽은 백내장이라 수술했고

다른 한쪽은

치유가 안된다는 황반 뭐라는병

 

초점이 맞지 않아서

곧잘 비틀거린다

하지만 억울할것 하나도 없다

남보다 더 살았으니 당연하지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버리고 갈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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