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기도 / 정연복

 

주님!

저에게 날개를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가벼운 날갯짓으로

어디든 갈 수 있으니 말이에요

 

오늘도 저는 꽃잎에서 꽃잎으로

나무에서 나무로 날아다닐 거예요

 

이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사람들이 알까요?

 

주님!

감사할 일은 또 있어요

 

저는 아무 일도 안 하고

놀기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 꽃잎 저 꽃잎 옮겨다니면서

저는 중요한 일을 해요

 

꽃가루를 제 온몸에 묻혀

날라다주는 겁니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놀이와 일이 하나가 되거든요

 

저의 이런 행복한 삶을

세상 사람들이 배웠으면 해요

즐겁게 놀면서 보람 있는 일도 하는 것

정말 복된 거잖아요.

 

주님!

 

저는 나중에 다시 태어나더라도

나비로 태어나기를 소망해요

 

제가 너무

욕심꾸러기인가요?

 

 

 

' 향기가있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0) 2024.08.07
우산이 되어 / 이해인  (0) 2024.07.27
김용택 - 땅에서  (0) 2024.04.20
귀천 / 천상병  (0) 2024.02.18
2월에는 / 이명희  (0) 2024.02.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