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기도 / 정연복
주님!
저에게 날개를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가벼운 날갯짓으로
어디든 갈 수 있으니 말이에요
오늘도 저는 꽃잎에서 꽃잎으로
나무에서 나무로 날아다닐 거예요
이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사람들이 알까요?
주님!
감사할 일은 또 있어요
저는 아무 일도 안 하고
놀기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 꽃잎 저 꽃잎 옮겨다니면서
저는 중요한 일을 해요
꽃가루를 제 온몸에 묻혀
날라다주는 겁니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놀이와 일이 하나가 되거든요
저의 이런 행복한 삶을
세상 사람들이 배웠으면 해요
즐겁게 놀면서 보람 있는 일도 하는 것
정말 복된 거잖아요.
주님!
저는 나중에 다시 태어나더라도
나비로 태어나기를 소망해요
제가 너무
욕심꾸러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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