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이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이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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