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 

 

    / 최문자

 

색깔도 뿌리를 갖고 있네

서로 부둥켜안는다고 물들지 않네

누가 누구를 염색했다는 말

한꺼번에 지문이 사라지는 일이네

사람은 살갗이 아니네

역사와 또 다른 하늘이 있네

푹푹 삶아도

구름은 폐기되지 않네

불온한 물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처들어오네

얼굴은 젖지만

하늘은 적시지 않네

, 한 번 참으로 위험했네

갈기갈기 실뿌리까지

막무가내로 물들고 싶은 적이 있었네

자욱한 물감이 밀려와 무릎뼈에 고일 때

흰 뺨에 뜬 붉은 구름

아프게 문질러도 지워지는 건 아주 조금이었네

하나의 영혼이 하나의 영혼 속으로

염료가 되어 드나들었다는 말

가장 외로운 일이네

가끔씩 그에게

황홀한 색깔을 빌려오는 나

순백의 양말을 벗어 놓는 일이네

물들어 보일까 봐 눈을 꼭 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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