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에서
 
 
          / 고경숙

 

 

 염전에 있는 것은 모두 다 슬픔이다
 물에 생명 있어 흐르다 흐르다 마지막 가는 곳
 소금밭 사이 경계를 맨발로 가는
 저 실오라기 같은 바람에게 묻노니
 사금파리 염판에 엎어져 그대 한없이 울어보았는가
 목도 가득 실려 가는 눈물의 끝
 소금창고는 꺼이꺼이 목젖을 떨며
 지나온 시간 울음 삼키는
 상여집
 목 놓아 울지도 못한다
 어느 여름날
 진한 태양 아래 죽음처럼 고요한 염전에서
 열린 창고 문짝에 바람이 다녀가는 소리 듣는다
 수차를 돌리마, 태양조차 돌리마
 끊임없이 생을 돌리는 저 검은 등짝에
 하얗게 소금이 엉길 때까지
 푹 눌러쓴 짚풀모자에
 파랗게 함초가 돋을 때까지
 노인과 나는 풍경 속에 오롯이 갇혀있었다
 
 

 I`ll Go - Emma Shapp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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