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도종환


 

 

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사랑한다고 말 한 그 사람도 없고

사랑도 없다

 

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고

사랑도 빛을 잃어 간다

 

시간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것도 없으며

낡고 떼 묻고 시들지 않은 것은 없다

 

세월의 달력 한 장을 찢으며

벌써 내가 이런 나이가 되다니

하고 중얼 거리는 날이 있다

 

얼핏 스치는 감출 수 없는 주름 하나를 바라보며

거울에서 눈을 돌리는 때가 있다

 

살면서 가장 잡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나 자신이었다

 

잡아두지못해

그저 망연히 바라보고 있어냐 했던 것이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늦게 깨닫는 날이 있다

 

시간도 사랑도 나뭇잎 하나도 어제의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늘 흐르고

쉼 없이 변하고 항상 떠나간다

 

 이 초겨울 아침도

 그대 사랑도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Manha de Carnival / Astrud Gilberto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