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넌 알겠지
바닷게가 그 딱딱한 껍질 속에 감춰 놓은 고독을
모래사장에 흰 장갑을 벗어 놓은 갈매기들의 무한 허무를 넌 알겠지
시간이 시계의 태엽을 녹슬게 하고
꿈이 인간의 머리카락을 희게 만든다는 것을
내 마음은 바다와도 같이 그렇게 쉴새없이 너에게로 갔다가 다시 뒷걸음질친다
생의 두려움을 입에 문 한 마리 바닷게처럼
나는 너를 내게 달라고 물 속의 물풀처럼 졸라댄다
내 마음은 왜 일요일 오후에 모래사장에서 생을 관찰하고 있는 물새처럼
그렇게 먼 발치서 너를 바라보지 못할까
넌 알겠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사랑하는 무한 고독을 넌 알겠지
그냥 계속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을
- 詩 ; 류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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