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 - 임영석
말에도 손이 있어 잡아끄는 힘이 있다
좋은 말은 말속에서 스스로 향이 배어
아무리 소낙비 와도 그 향기는 안 젖는다
말에도 눈目이 있어 품어내는 빛이 있다
햇빛 같은 말속에는 무엇을 덧칠해도
스스로 녹아들어서 그 두께가 안 보인다
말에도 귀가 있어 생각을 보듬는다
섬처럼 잠겨있던 고립의 꼭짓점이
바다의 푸른 혈기를 고삐처럼 묶고 산다
오늘은 나도 그만 말문을 다 닫는다
말의 손, 눈과 귀에 부정不淨함을 다 씻고자
손에 쥔 책을 다 덮고 가을볕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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