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행
/ 이근배
대낮의 풍설은 나를 취하게 한다.
나는 정처없다.
산이거나 들어거나 나는
비틀걸음으로 떠다닌다.
쏟아지는 눈발이 앞을 가린다.
눈발 속에서 초가집 한 채가 떠오른다.
아궁이 앞에서 생솔을 때시는
어머니.
어머니,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고향엘 가고 싶습니다.
그 곳에 가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름날 당신의 적삼에 배이던 땀과
등잔불을 끈 어둠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타고 내리던 그 눈물을 보고 싶습니다.
나는 술 취한 듯 눈길을 갑니다.
설해목 쓰러진 자리
생솔까지를 꺽던 눈밭의
당신의 언 발이 짚어 가던 발자국이 남은
그 땅을 찾아서 갑니다.
헌 누더기 옷으로도 추위를 못 가리시던
어머니,
연기 속에 눈 못 뜨고 때시던
생솔의, 타는 불꽃의, 저녁 나절의
모습이 자꾸 떠올려지는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자꾸 취해서 비틀거립니다.
'발길이닿은寺刹'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리움을 담은 꽃무릇이 군락을 이루었던 선운사는 지금 (0) | 2020.12.13 |
|---|---|
| 遠視 (0) | 2020.12.13 |
| 어느 절 집 의 담장 (0) | 2020.12.07 |
|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0) | 2020.12.07 |
| 아직 남겨진 가을, 문수사 (0) | 2020.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