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앞에서 / 김덕성


삭풍이 불어와
사람들은 저마다 옷깃을 여미며
걸음을 재촉하는 아침

겨울 입김에 야속하게
모두 떠나버려 알몸이 된 가로수
노신사답게 의젓이 서서
아픔을 달게 받는다

어제 내린 하얀 눈이
포근히 품어주듯이 감싸주는 사랑
하얀 눈이 고마움도 있겠지만
밑바탕에 아껴주던 사랑이 있어
견디며 사는 것이 아닐까

비록 헐벗은 알몸으로
가진 것 없이 추위에 떨고 있어도
눈이 와 덮으니 넌 행복하구나
우린 코로나로 떨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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