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고통 받은 사람은

 

 

    / 이성복

 

 

 

오래 고통받는 사람은 알 것이다
지는 해의 힘없는 햇빛 한가닥에도
날카로운 풀잎이 땅에 처지는 것을
그 살에 묻히는 소리없는 괴로움을
제 입술로 핥아주는 가녀린 풀잎
오래 고통받는 사람을 알 것이다
그토록 피해다녔던 치욕이 뻑뻑한,
뻑뻑한 사랑이었음을
소리없이 돌아온 부끄러운 이들의 손을 잡고
맞대인 이마에서 이는 따스한 불,
오래 고통받는 이여
네 가슴의 얼마간을
나는 덥힐 수 있으리라

 

 

 

 

' 향기가있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날 / 김상옥  (0) 2021.02.20
무료의 날들 / 김명인  (0) 2021.02.19
큰바람 지난 자리 / 鴻光  (0) 2021.02.16
산 과 사람 中 에서 - 최남균  (0) 2021.02.14
나는 그를 모른다 / 김광규  (0) 2021.02.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