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 이맘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양쪽 논에는 자운영이 한창 이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꼭 자주색 비단 이불을 펼쳐놓은듯 붉은 물감을 확 풀어놓은듯
꽃이름 그대로 자주구름 꽃밭이 꿈결같이나 꿈결같이나 펼쳐졌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얼마 안 있어 그 고운 꽃밭을 갈아엎고 모내기를 준비를 할것입니다
자운영이 피어있는 논에는 항상 독새기도 같이 자라서 독새기 있는데는보드라운 잔듸밭 같았습니다
[중략]
나는 섬진강가에 자생으로 피어난 자운영 꽃밭에 몸을 던져놓고 노래 불러봅니다.
풀 냄새 피어나는 풀밭에 누워 즐거이 즐거이 노래 불러봅니다.
즐거이 즐거이 노래 부를수록 눈에서는 눈물이 샘솟습니다.
나는 그것을 내버려둡니다.
왜 즐겁게, 즐겁게 노래 부를수록, 마음은 하염없이 슬퍼지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자운영 꽃밭이 너무 아름다워서일까요?
그래서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요?
꼭 그래서일까요?
아이들에게 눈물을 보이는 게 쑥스러워 나는 그만 자운영꽃 무더기 속에 내 얼굴을 콕 묻어버렸습니다.
나 죽어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그 때 우리 아이들도 자운영 꽃밭에 얼굴을 묻고 제 아이들 몰래 울까 모르겠습니다.
제 엄마 자운영 꽃밭에 얼굴 묻고 울었던 때가 생각나 저희들도 그렇게 울까 모르겠습니다.
가난한 제 어미와 함께 놀았던 섬진강가에서의 한때가 못 견디게 그리워서,
그렇게 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운영 꽃밭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 아름답고 그리고 너무 슬프군요.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오월 들녘으로 나가보세요.
거기 불붙는 슬픔이 당신의 가슴을 흔들어놓을 테니까요.
슬픔은 때로 저 자운영 꽃밭처럼 아름다운 것이기도 한 모양입니다 그려.
공선옥 산문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중에서,
발췌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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