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와 나 / 정연복


지상에서 내게 가장 크고
깊은 사랑을 오래오래

베풀어주신 외할머니가
여든셋의 연세로 돌아가신 후

만 스물여섯 해가
눈 깜빡할 새 흘러갔다.

이만큼의 시간이 또 가면
내 나이 여든여섯

나 역시 생의
종착역에 가까이 있거나

어쩌면 이미 한 줌의
흙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운 할머니와 이승 너머
재회할 날 그리 멀지 않으니

남은 목숨 동안에는 할머니같이
묵묵한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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